본문 바로가기
마인드 & 상량/성공마인드

호암자전 ( 故 이병철 자서전 )

by MisF 2022. 12. 30.

너희들 조선인이 무슨 돈으로 1등실을 기웃거리느냐, 건방지다.

노할 줄 모르는 자는 어리석다. 그러나 노할 줄 알면서 능히 참는 자는 현명하다고 하였다. 치미는 분노를 간신히 억눌렀다.

사소한 사건일지 몰라도 다감한 청년에게는 굴욕이외의 아무것도 아니었다.

후년 내가 오로지 사업에만 몰두하게 된 것은, 식민지 지배하에 놓인 민족의 분노를 가슴 깊이 새겨두게 했던 그 부관연락선에서의 조그마한 사건이 있었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 무렵 미국의 월 가에서 발단이 된 금융공황은 순식간에 세계를 휩쓸어 일본경제도 심각한 불황에 빠져 있었다. 실업자가 거리에 넘치고 공장에서는 파업이 잇달았다. 대학을 나와도 직장이 없어, 그러한 상황을 풍자한 영화 <대학은 느와도>가 화제에 오르내리고 있었다.

취직 같은 것은 생각해 본 적도 없고, 결국 2년 가까운 두 번째의 서울생활도 선친의 송금으로 놀고 지낸 셈이 되었다.
허전한 마음을 얼버무리려고 어느새 이웃 친구들과 골패에 열중하게 되었다. 노름은 한밤중까지 계속되어 지칠 대로 지쳐서 달그림자를 밟으며 집으로 돌아오는 일이 되풀이되었다.
실의에 빠져 있었던 것이다. 운이 없는 것일까, 세상이 나쁜것일까. 자성과 자제를 잃은 무위도식의 나날이 그 후에도 한동안 계속되었다.

반응형